목표가 분명한 ‘타협’인가?
목표가 분명한 ‘타협’인가?
  • 편집국
  • 승인 2018.05.2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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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인 정대윤 국장

[주간시사매거진 = 편집국] 협상이나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타협이라는 방식이 필요하다. 서로의 입장에서 조금씩 물러나 양보하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게 되는 과정이 타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타협’이라는 말은 별로 좋은 의미는 아닌 것 같다. 그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아야만 청렴하고 원칙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은 이미지가 크게 작용해서가 아닐까?

만약 담배나 술을 끊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 자신과 ‘끊겠다’는 합의를 한 것이다. 담배와 술의 유혹을 이기기 위해서는 ‘담배와 술을 끊으려는’ 자기 자신과 타협을 해야 한다. 그래서 담배가 생각나면 사탕을 먹거나 술이 생각나면 차를 대신 마시는 등의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담배, 술과 ‘타협’을 하게 되면 조절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지만 절대 끊을 수 없게 된다.

간혹 많은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 자신과의 타협을 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새겨들어야 할 것은 ‘무엇을 위해’라는 ‘목표’에 있다. 그래서 ‘돈’을 목표로 성공한 사람과, ‘꿈’을 목표로 살다보니 성공을 이룬 사람은 살아온 과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목표 없는 사소하고 적당한 타협은 만족할만한 결과에 이르기는 어려운 것 같다.

흔히 정치는 타협의 기술이라고 한다. ‘타협’은 평등한 관계에서 상대를 합리적으로 설득하는 토론의 결과이므로 자신의 입장만 고수하면 타툼만 일어난다. 결과적으로는 서로가 만족을 하게 되는 ‘타협’이라는 머나먼 길을 헤매느라 아무런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는 20대 국회는 타협의 목표도 기술도 부족해 보인다. 협상이나 협의는 기본적으로 입장이 서로 다른 관계에서만 이뤄진다. 입장이 같다면 그저 동의나 승인만 하면 될 일이다. 계류 중인 수많은 안건들 중에 어떠한 안건들이 먼저 국회를 통과하는지 속도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타협에서 중요한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한 가지는 타협을 통해 얻으려는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는 계속 바뀐다. 두 번째는 타협을 위한 설득의 언어이다. 과격하고 공격적인 언어로는 타협이 불가능하며 모든 협상은 결렬된다.

최근 전 세계가 주목하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비롯한 한-미, 미-일, 북-중 등의 외교적 관계가 ‘평화’라는 목표로 타협해 나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면서도 설득의 언어를 사용해 타협의 여지를 남겼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역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로 비핵화 의지를 전하고 ‘북미정상회담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평화’를 목표로 북-미 두 정상은 ‘비핵화’와 ‘체제보장’이라는 다른 입장을 타협해 나가고 있다. 앞서 말했듯 타협을 위한 설득의 ‘언어’는 매우 중요하다. 비록 결과적으론 회담이 결렬되었어도 낙담할 수는 있다. 하지만 ‘평화’를 위한 남북의 외교행보를 ‘쇼’로 규정하고, 오랫동안 맺어온 한·미동맹을 비정상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는 비단 대한민국 하나만을 위해서가 아닌 결국 세계의 평화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주간시사매거진 = 편집국 / ntpress@weekly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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