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다시 ‘남녀칠세부동석’
[발행인 칼럼] 다시 ‘남녀칠세부동석’
  • 편집국
  • 승인 2018.04.0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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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인 정대윤 국장

[주간시사매거진 = 편집국] ‘미투(ME TOO)’ 운동이 사회 전반의 성찰을 통해 곳곳에 스며있는 비뚤어진 성의식을 바로잡아나가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비뚤어진 성의식만큼이나 그릇된 편견과 과도한 우려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벽이 생기면서 성대결 양상으로 흘러가고 피해자와 가해자 간 법적 진실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기존의 남성 중심의 성 고정관념이 깨지려면 남성들의 위드유 움직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로 불리던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특정 남자교사들이 여학생에게 성추행하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은 놀랄만한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도가 지나치지 않는데다 교사가 평소 동료교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거나 수업을 잘해 능력을 인정받으면 성범죄로 몰아 엄중한 처벌을 하기보다 교사의 친절정도로 여기기도 했다.

불과 2~30여년 전만해도 집안에서 아버지들이 지금처럼 육아를 하거나 빨래, 요리, 청소 등을 하는 것이 더 놀랄 일이었고, 바람을 피운 남편이 ‘조강지처에게 돌아왔다’며 참는 것을 현명하다고 칭찬하던 시절이었다. 가부장제의 성차별적 이데올로기로 열등한 위치에 있는 여성은 우월한 남성한 지위에 짖눌려 살아왔으니, 성범죄 피해자 여성은 되레 욕을 먹어 숨겨야 했다. 일부는 그렇게 보고 배워왔고 인식이 배어왔다.

아직까지도 피해자들을 보는 시각은 곱지 않아 보인다. 배우 조민기가 목숨을 끊자 ‘미투’의 피해자들 탓을 하는 이들이 있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추행을 폭로한 김지은씨가 이혼녀라는 사실에 수군거리는 등 ‘2차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어쩌면 사회적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여성들의 ‘미투 운동’으로 수십년 전의 일이 들춰지고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으로 남성들도‘위드 유’를 외치는 것은 분명 옳은 일이다. 그러나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말이 예전과 다른 극단적인 의미로 다시 확산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7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 격차지수는 0.650점으로 총 144개국 중 118위로 나타났다. 사회 속에 성차별적인 구조로 고착된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근본적인 성인식을 바꾸는 중요한 요소이다. 또 다른 형태의 편견이 생겨나지 않도록 말이다.

또한 ‘미투 운동’은 성별이 아니라 권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가 크기 때문에 남녀의 구분이 없다. 대부분 여성이 피해자이고 남자가 가해자라는 인식이 크다보니 남성 성폭력 피해자의 수치심은 더 클 수도 있다. 성폭력 실태조사에서도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남성 피해자 대부분은 신고는커녕 피해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한국사회는 여성들이 아직 더 큰 손해를 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강하게 부정할 수도 없는 현실이지만 이 또한 편견이기에 소수의 누군가는 피해를 보게 마련이다. ‘남녀칠세부동석’이 아닌 그냥 ‘동석’이 자연스러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미투운동’이다.


[주간시사매거진 = 편집국 / ntpress@weekly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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